디워에 담긴 심형래의 열정과 노력, 인정하고 평가한다. 심형래의 용가리는 분명히 사기 수준의 영화였다. 전작을 기준으로 놓고 볼 때, 디워와 심형래에 대한 평단의 우려는 그 근거가 충분했다. 개인적으로도 디워를 보고 나서도 그다지 영화적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디워를 본 이들이 단순한 애국심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항변하듯 심형래의 국가주의과 눈물 마케팅에 반대하며 디워라는 작품에 대한 혹평을 펴고 있는 나 또한 평단의 평가와 전혀 상관없이 디워를 내 돈 내고 본 것에 바탕을 둔 것이다.
디워 논란을 보면서 정작 분노가 치미는 것은 디워와 심형래를 찬양하는 이들의 주장이 충무로를 깎아내리고 스크린쿼터 투쟁까지 쓰레기로 만들어버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디워 찬양론자들은 디워와 심형래를 비판하는 이들이 조폭영화와 코미디영화 일색인 한국영화판을 무조건 옹호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나아가 디워와 심형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저급한 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송희일 감독의 비판에 공감을 표한 영화사 대표가 이송 감독과 같이 아버지의 성과 어머니의 성을 함께 쓴다는 이유로 "둘이 사귀냐"식의 인신공격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는 꼬라지는 정말이지 이제 더 이상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언젠가 황우석 논란 초반에 황우석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가해진 인신공격과 논쟁의 수준이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디워와 심형래를 맹목적으로 찬양하는 이들에서 '노빠', '황빠'를 본다고 말하면 심한 말인가.
정녕 디워가 대한민국 영화계에 길이 남을만큼 대단한 작품인가? 700억까지 된다는 제작비를 퍼먹고 만들어진 디워다. 가족영화이고 오락영화라도 적어도 영화의 기본은 담겨야 한다. 디워와 심형래 찬양론자들이 공격대상으로 삼기까지 한 '괴물',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과 디워는 비교대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감독은 영화로 말해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심형래가 출연한 오락프로들을 보기 전까지 난 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심형래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심형래의 무용담이 아닌 영화 '디워'를 통해서 그가 하고자 하는 말, CG의 진일보 말고도 전작의 유치찬란함을 벗어난 영화적 감수성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누차 강조했듯 가족오락영화라는 말로 빗겨가려 하지 말자.)
그 때문에 오히려 난 심형래 감독에게서 가능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나 또한 "700억짜리 우뢰매"는 솔직히 지나친 혹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심형래가 그렇게나 외치는, 헐리우드에 부럽지 않은 블럭버스터는 CG만으로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CG 기술력에만 집착하는 심형래식 영화론이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의 유사품을 만들낼 수는 있을지언정 우리만의 영화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따라잡기에 매몰된 디워 논란은 박정희식 개발지상주의 망령이 여전히 살아 숨쉬는 오늘날 우리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 조폭영화가 판치는 건 좋냐고?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스토리는 뭐 별거 있냐고? 개인적으로 허접한 충무로 조폭/코미디영화와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허접한 영화는 국적불문하고 죄다 비판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째서 '디워'는 예외여야 하는가? 대한민국 최고의 코미디언이 괴수영화에 10년 바쳤다는 이유만으로 '700억짜리 디워'의 허접함은 용서될 수 있는가? 그건 디워와 심형래, 그리고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크린쿼터 투쟁 때 충무로는 무작정 애국심에 호소하지 않았냐고 반문하기도 하더라. 대다수 영화인들이 이론적 기반이 두텁지 못하다보니 애국심에만 호소했을지 모르나, 몇몇 높은 개런티 배우들에 대한 반감만으로 스크린쿼터 자체를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는 이들도 이해가지 않을 뿐 아니라, 상당수 고민이 깊은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가 헐리우드 영화를 통해 문화식민지화 되고 있는데 상품이 아닌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는 점에서 비난의 논거는 옹졸함을 드러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