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를 송두리째 빨아들이는 사회적 의제 대부분은 언론ㆍ미디어를 거쳐서 삽시간에 증폭ㆍ확산된다. 언론을 비롯한 각종 매체들은 이제 양적 측면에서 '범람'의 지경을 넘어 '쓰나미'처럼 우리를 덮쳐오고 있다. 정치의 무대에서든 시민운동판에서든 언론ㆍ미디어가 가진 파괴력 때문에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가는 방식에 있어서도 이른바 '언론플레이'라는 게 당연시 되는 추세다.
'언론플레이'... 언론과 미디어가 가진 영향력을 이용한다는 측면에만 매몰되다 보면 정작 그들의 영향력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부조리들에 대해서는 진지한 성찰이 뒤따르지 못하게 된다. 최근 황우석 사태를 둘러싸고 진행된 일부 언론들의 보도행태와 몇몇 보수ㆍ수구언론들의 보도에 휘둘려진 국민들의 지나친 황우석 사랑과 애국주의는 결국 온 사회를 '집단적 패닉'의 지경으로 몰고 말았다. 사회적 의제들을 깊이 있게 성찰할 역량은 물론 의지조차 없는 우리 언론들이 만들어낸 '싸구려 저널리즘'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네 언론, 특히나 보수ㆍ수구언론들에게서 반성과 성찰의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 해도 찾아볼 수가 없다. 권력과 자본의 변두리를 맴돌며 때로는 권력ㆍ자본과 모종의 '거래'를 맺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의 구린 곳을 물고 늘어지며 협박을 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기가 막힌 '언론플레이'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우리네 언론들이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파문에서도 암묵적 '거래'와 어설픈 '협박'의 앙상블을 선보였다.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이 동아일보의 어느 기자에 성추행을 저질렀음은 본인조차도 차마 부인하지 못했던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또 다른 사건이 결국 최연희의 성추행 파문에 '물타기'의 꺼리를 던져주고 말았다. 다름 아닌 이해찬 국무총리의 '3ㆍ1절 골프 파문'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중심축이면서 유독 한나라당과는 날을 세워왔던 이해찬 국무총리의 '남다른 골프 사랑'과 승승장구해오던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순식간에 5%씩이나 갈아먹어버린 최연희 의원의 '괴상한 시력 장애'를 놓고 벌어지는 사퇴 공방은 이 둘이 저지른 과오의 본질과 그에 도사리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차근차근 들여다볼 틈을 주지 않는다.
국민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5.31 지방선거와 차기 대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야간 정쟁의 하수구에 코를 처박히고 말았다. 물론 국민들이 정쟁의 구린 냄새에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버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자처하는 작자들이 바로 우리네 언론들이다. 특히나 보수ㆍ수구꼴통 언론들이다.
보수ㆍ수구언론들의 깜찍한 '언론플레이'에 우리 국민들이 간과한 또 하나의 명백한 사실이 있다. 최연희 의원이 '착시현상'을 몸소 체험하셨다는 그 날 그 자리에 대한민국의 유력언론임을 자부하는 동아일보의 기자 14분께서는 제1야당이자 수권정당임을 자부하는 한나라당의 당직자들과 폭탄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시면서 "질펀한 간담회"를 가지셨다 한다. '여성 도우미'의 시중을 포함해 1인당 14만원에 이르는 저녁식사와 함께 2차 술자리까지 이어지는 수백만원대의 향응을 기꺼이 받아 잡수신 동아일보 기자들에게서 여성 인권 문제의 뒤편에 슬쩍 몸통을 감춘 권언유착에 대해 낱낱이 고해성사해주십사 읍소하는 것이야말로 바보 같은 짓이리라.
출입기자제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취재원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권언간 '뒷거래'가 오가는 현실 앞에서 우리 사회 진보의 첫걸음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언론을 말끔히 세탁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또 다시 확인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