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마지막까지도 드라마, 영화의 한 장면을 꿈꿨는지 모른다.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이 신경민, 김미화 모두를 살리는 꿈, 엄기영 사장이 "MBC의 소중한 자산인 두 분이 더 좋은 방송을 해주실 것으로 믿는다. MBC의 진정한 경쟁력이 되어 달라"고 말해줄 것이라는 꿈을... 결국 김미화만이 살얼음판을 건너 살아 돌아왔다.

'뉴스 앵커 한 사람 바뀌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이리들 호들갑인가?' 어느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신경민 앵커의 교체에 이르는 풀 스토리는 지금 한국 언론이 처한 현실 그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말해주고 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참담한 마음을 느끼고 있다. 때문에 앵커 한 사람에 대한 문제로 이야기할 수 없는 문제다. 때문에 나 또한 최근 세 꼭지씩이나 연이어 이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
 
신경민 앵커 교체는 한국 언론이 처한 참혹한 현실

정말 모순이다. 이번 풀 스토리를 써내려간 이가 다름 아닌 엄기영 사장이라는 점이다. 그 스스로가 앵커 출신이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다. 그 스스로가 MBC 보도국이 가진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었기 때문이다. 그 경쟁력의 바탕이 된 신뢰감은 정가가 분주해지는 선거철마다 그를 영입 1순위로 회자되게 만들었다. 그러한 배경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도 없지 않았을까?

 
그동안 MBC 경영진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신경민 앵커 교체의 배경을 "뉴스 보도의 경쟁력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MBC 보도의 경쟁력은 앵커 한 사람의 몫이 아니다. 실제 MBC 경영진은 앵커 교체를 최종 결정한 오늘까지도 MBC 내부 구성원들과 시청자들의 물음에 답을 내놓지 못했다. 최소한 "뉴스 보도의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항목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앵커 교체가 어떻게 "뉴스 보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인지 MBC 경영진 스스로도 처음부터 답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신경민 앵커 교체에 다른 배경이 도사리고 있다는 혐의를 두는 이들이 많다.

MBC 경영진은 처음부터 해법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그간 MBC 뉴스 보도가 KBS에 밀렸던 것은 KBS와 별반 다르지 않은 보도들만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물론 시청률이 뉴스 보도의 경쟁력을 평하는 유일한 잣대는 아니지만, 실제 MBC 보도국의 간판인 뉴스데스크에 엄기영 앵커가 돌아왔을 때에도 KBS와의 시청률 격차를 크게 좁히지 못했다. 뉴스 앞에 방송되는 일일연속극의 시청률과 연동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겠으나, 문제의 핵심은 보다 차별화된 저널리즘을 보여주지 못한 데 있다.
 
MBC의 브랜드 가치를 한껏 높였다고 평가 받는 손석희 교수의 경우도 생방송의 강점을 살려 남다른 저널리즘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그 신뢰에 기반한 그의 방송 자체가 남다른 피괴력을 갖게 만들어 주었다.



2009년 4월 13일, 신경민 앵커의 마지막 클로징멘트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
그의 멘트는 아직 클로징되지 않았다



신경민 앵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 스스로 밝혔듯 앵커가 그저 뉴스 내용을 단순 전달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기자들이 전해 온 뉴스에 생명을 불어넣는 최후의 저널리스트일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때문에 동시간대에 방송되는 'KBS 뉴스9'과는 다른 차원에서 시청자들의 욕구를 해소해 주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대체 이것이 앵커로서 책임질 수 있는 "뉴스 보도의 경쟁력"이 아니라면 더 이상 무엇이 경쟁력일 수 있는가? 

"뉴스 보도의 경쟁력"은 차별화된 저널리즘에서 찾아야
 
엄기영 사장은 "정치적 외압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의 말을 믿고 싶지만, 그 말을 믿는 이는 없을 듯하다. 신경민 앵커 교체를 주도한 전영배 보도국장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과 고교, 대학 동기(서울대 정치학과)로 알려져 있고, 그런 전 국장이 올해 3월에 MBC 기획조정실 통일방송협력팀장에서 보도국장으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당긴 첫 화살이 신경민 앵커에게 꽂힌 것이 우연의 일치란 말인가?

혹여 '신경민 앵커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청기와집 주인장의 마음이고, 그 때문에 신 앵커가 희생양이 된 것이라면 이 땅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오늘 또 다시 죽은 것이다. 이 땅의 민주주의도 그렇게 죽어가고 있다.

앵커 교체 주도한 전영배 보도국장, 이동관 대변인과 대학 동기

혹자는 "신경민 앵커의 멘트가 불편하다"고 말한다. 난 그에게 말해줄 것이다. "그 불편한 멘트가 아예 사라지는 것보다는 덜 불편하다"고. 굳이 볼테르의 말을 가져다 쓰지 않더러도 난 그것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이며, 그것이 '진짜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신경민'이 나타나서 더 많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세상이어야 한다.

물론 내게 신경민 앵커의 멘트들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그의 처음은 신선했고, 마지막까지도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 주었기에... 그의 멘트는 아직 클로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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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음(異音)
 
 
 
 
"신경민 앵커보다 더 나은 앵커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미화 씨의 경우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사내 내부 인사로 경쟁력 갖춘 프로그램을 만들수 있다고 본다"


MBC 경영진의 말이다.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보는" 지 모를 변명이다. "더 나은 앵커", "경쟁력을 갖춘 내부 인사"가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한 객관적 데이터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조직을 경영하는 자들이 어찌 이처럼 무책임할 수 있나? MBC 경영진은 지금 '도박'을 하자는 것인가?
 
 
레디앙 블로그 'Red Eye' 만평 [ 엄기영 장군, 애들 죽이고 우린 항복합시다 ]
(그림 : 이창우)
 
 
MBC 경영진은 신경민, 김미화 두 사람을 바꿔야 할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라. 많은 이들이 의심하고 있는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면, 명확히 밝히지 못할 것도 없다. 명확한 이유를 내놓지 않고 신경민, 김미화 교체를 강행한다면, 이후 직면하게 될 국민적 반발은 고스란히 경영진의 책임이다. 혹여 제작비 절감 따위의 어설픈 변명이 먹혀들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금의 정국, 지금의 언론환경에서 MBC는 단순한 공영방송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음은 누구보다 경영진이 더 잘 알 것이다. 국민적 신뢰를 받던 앵커에서 경영자로 변신한 엄기영 사장이 만들고자 했던 MBC가 고작 이런 모습이었나?




국민적 신뢰를 얻고 있는 앵커와 진행자조차 지켜내지 못하는 경영자라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엄기영 사장은 국민들에게 공영방송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보여주기 바란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지키지 못하고 철저히 굴복한 MBC 사장으로 남을텐가? 이럴 때 쓰라고 다지고 또 다지는 게 바로 초심(初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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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음(異音)


해당 인물 이름을 클릭하시면 인물과 관련된 뉴스의 검색 결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참고기사 > [프레시안] MBC 살생부…"신경민, 김미화 다음은 손석희"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네 사람이다. 이들은 각각 MBC 뉴스데스크의 간판 앵커, 개그우먼이자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 뮤지션이자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 진행자, 그리고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그러나 앞의 세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 진행자이거나, 진행자였다. 그런데 어느 한 작자 때문에 쫓겨날 판이거나, 이미 쫓겨난 이들이기도 하다. 바로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이명박' 때문. 이들 세 사람이 대통령의 심기를 계속 건드리기 때문이란다. 민주국가에서 살아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입에 올리기도 창피한 이유다.




신경민 씨는 "국민앵커"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촛불정국, 올해 MB악법 정국 속에서 국민의 입이 되어 주었다. 그의 클로징멘트는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늘 화제가 된다. 나부터도 다른 내용은 몰라도 클로징멘트는 빠뜨리지 않고 볼 정도다. 최근 MBC 보도국장이 신 앵커를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MBC 안팎으로 신 앵커를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김미화 씨는 이제 개그우먼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다.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6년씩이나 진행하며, 시사프로그램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취율, 광고수주 등에서도 MBC 라디오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 씨는 참여연대, 녹색연합 등의 시민사회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열혈회원이기도 하다. 최근 언론 같지도 않은 수구꼴통집단 '독립신문' 등이 "좌파"로 부르는 기사를 내놓고 이에 대해 김 씨가 기사삭제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되었다. 최근 교체 논란은 김 씨에 대한 집권세력, 즉 수구보수꼴통들의 이같은 인식 때문인 듯하다.

윤도현 씨의 경우, 월드컵 특수로 국민밴드의 칭호를 얻은 이후, 큰 사랑을 받는 뮤지션이다. 평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길 주저하지 않으며, 촛불집회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큰 인기를 모으며 정통 음악프로그램의 부활을 알리기도 했다. 지난해 프로그램이 폐지되면서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논란이 거셌다. 최근 내놓은 8집 음반 '공존'이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2개의 KBS 예능프로그램에 출연 예정이었으나, 돌연 출연 취소 통보를 받은 게 알려지면서 지난해의 논란이 재현되는 상황이다.




이들은 방송을 업으로 하는 방송인이거나, 방송 출연이 활동의 주요 수단인 아티스트다. 적어도 이들에게 방송을 접으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시청률과 청취율의 하락, 진행상 중대한 잘못 등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충분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프로그램은 많은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진행자에 높은 점수를 주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정평이 나 있다.

KBS, MBC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경영상 이유를 들고 있다. 예능프로그램들에는 집단MC체제를 고수하며 물량공세로 일관하면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만 메스를 들이대는 이유가 뭔가? 특히 논란이 된 김미화 씨, 윤도현 씨의 경우는 왠만한 예능프로그램 진행자들에 비해 출연료가 전혀 높지도 않다. 속이 빤히 보이는 핑계일 뿐이다.


검찰이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보도와 관련해 8일 오전 MBC본사 압수수색을
시도한 가운데, MBC 노조원들과 검찰 수사관들이 대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명박이 집권 이후 보여준 모습은 국민을 바보로 알고 있다는 혐의를 둘 수밖에 없다. 최시중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며 언론, 미디어를 장악하려는 수작을 부리고 있다. 방송사의 간판격인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를 사실상 폐지시켰다. 'PD수첩'에는 검찰까지 동원해 탄압한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방송인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입맛에 맞는 이들로 줄 세우면서 낙하산으로 뿌려댄다. 1970~80년대에나 보던, 익숙한 풍경이 2008, 2009년에 재현되고 있다. 독재의 망령이 관 뚜껑을 열고 되살아났다. 우리가 또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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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음(異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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