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갖고 이야기를 하는데 정작 영화이야기가 없다. 사실 충무로에 이름난 감독들도 심형래만큼 힘겹지 않았던 때가 있었을까? 이송희일 감독이 700억이면 350개의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단순히 2억당 1편이라는 산술적 의미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만큼 영화는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이 담겨있어야 하는데 디워에는 그게 부족하다는 뜻이다. 오히려 심 감독은 토크쇼에서 자신의 말을 쏟아내고 있지 않은가.
헐리우드 블럭버스터는 안 그러냐고 반론하는 이들, 그럼 조폭영화만 판치면 좋겠냐고 반문하는 이들에게 답한다. 그런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스케일에만 열광하는 수준과 그저 그런 조폭영화들이 뜨고마는 한국영화의 참혹한 현실만큼이나 단순히 대한민국을 브랜드로 내거는 작태, 영화 밖 심형래 감독의 열정을 반복해서 읊는 마케팅 또한 한국영화의 허접한 수준을 드러내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한 편쯤 내 돈 내고 볼 수 있다. 나도 심 감독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어서 내 돈 주고 봤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700억이 아니라, 1천억, 1조원이 들어가도 영화가 영화답다면 CG 따위가 그저 가능성에 그치더라도 만족할 수 있다. 그건 어디까지나 자본과 기술의 한계로 치부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송희일 감독의 말처럼 내가 본 디워는 이미 영화가 아니었다. 영화 밖에서는 더더욱 심각했다.
어느 한 감독이, 어느 한 영화가 영웅으로 변신하는 과정이 씁쓸하다는 얘기다. 심형래 죽이기든 살리기든 디워, 그리고 심형래 논란에서 영화가 빠지고, 노무현과 황우석 거품을 떠올리는 몇몇 글에서 내 생각과 같다는 기쁨보다 서글픔이 밀려드는 건 왜일까?
2007/08/12 03: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