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모두의 목과 몸은 지칠대로 지쳐 더 이상 그 누구도 마이크를 잡지 않을 것 같은 노래방의 막판... 그 누군가가 '말달리자'로 반전을 꾀하며 보너스 10분을 갈구하던 젊은 날을 기억하시나요? 이번호 '이음의 히든트랙'에서 소개할 아티스트는 바로 '조선펑크', '한국 인디밴드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크라잉넛입니다.



크라잉넛은 벌써 14년째인 관록의 인디밴드입니다. 영미권 백인들이 만들어낸 록 장르에서 새로운 장르 또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크라잉넛은 록 장르 중 펑크가 갖고 있는 파괴적 에너지를 그대로 옮겨와 한국 사회의 '낙오자 정서'를 기가 막히게 버무려냅니다. 그들은 1998년 8월
"닥쳐, 닥쳐, 닥치고 내 말 들어" 라고 포효하며 스스로도 '조선펑크'라 규정한 새롭고도 마력적인 음악으로 이 조선반도에도 '인디씬'이라는 게 존재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공표합니다. 그런 그들에게 인디밴드 최초로 10만장 이상의 앨범을 팔아치웠다는 성공신화는 그저 홍보 문구에 불과한 듯...

1집이 펑크 록커로서의 자의식, 주류 음악계와 현실에 대한 직설적 풍자와 비판을 담고 있다면, 1999년에 발표된 2집 [서커스 매직 유랑단]은 1집보다 한층 달라진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아코디언 음율이 휘감는 러시아 민요풍 도입이 인상적인 타이틀곡 "서커스 매직 유랑단"은 특유의 '낙오자 정서'를 담아 당시 젊은이들의 정서를 대변했습니다. 2집 앨범 역시 전작에 이어 1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반짝스타에 그치지 않음을 스스로 입증했지요.

'크라잉넛'이라는 밴드 이름은 어느 날 버스비까지 탈탈 털어 호두과자로 끼니를 때우며 집에 걸어가다가 떠올린 것이라고 하네요. 쌍둥이 형제인 이상면(기타), 상혁(드럼), 박윤식(보컬, 기타), 한경록(베이스), 이렇게 네 명과 뒤늦게 합류한 김인수(아코디언, 키보드)로 구성되어 있는 이들의 역사는 80년대 초 한 동네에서 고등학교까지 모두 함께 다닌 것으로부터 비롯됩니다. 대학교에 들어가 록 클럽 '드럭'에서 즉석으로 오디션을 보게 되었고 곧 드럭의 클럽 밴드로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클럽 '드럭'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법한 '언니네 이발관', '델리 스파이스' 등 쟁쟁한 인디밴드들이 초청공연을 벌이던 유명 클럽이었다고 합니다. 처음에 그들은 다른 밴드들 틈바구니에서 그리 주목 받지 못했으나, 드럭에서 자체 제작한 국내 최초의 인디 앨범 [Our Nation Vol.1]에 수록된 "말달리자"가 매니아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지면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게 됩니다.



말달리자
(2008년 11월 14일,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 마지막 방송)
 

1998년 8월, 드디어 정규 앨범 1집 [크라잉 넛]을 대중 앞에 선보였습니다. 한국 젊은이들의 송가가 된 "말달리자"의 빅히트로 인디밴드로는 최초로 10만장이라는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지요.

1집이 주류 음악 및 현실 문제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면, 1999년에 발표된 2집 [서커스 매직 유랑단]의 타이틀곡인 "서커스 매직 유랑단"은 아코디언으로 살려낸 러시아 민요풍 도입부터 그들 특유의 '낙오자 정서'를 잘 살려내며 당시 젊은이들의 정서를 대변합니다. 이 2집 앨범 역시 전작에 이어 1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반짝스타가 아님을 스스로 입증했지요.

2001년에 발표된 3집 [하수연가(下水戀歌)]는 탄탄한 팀웍으로 다져진 연주력은 물론이고 밴드 특유의 개성과 복고 성향이 잘 어우러집니다. 특히 영화 '이소룡을 찾아랏!'의 메인 테마로 삽입된 타이틀곡 "밤이 깊었네"는 전작들에 비해 부드럽지만 묘한 흥분을 안겨주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밤이 깊었네
(2010년 3월 15일, 광주 KBS '콘서트 필')


2002년 여름에는 한일 월드컵 당시 "필살 Offside"를 발표하여 윤도현 밴드 등과 함께 월드컵 열기 연말에는 아코디언 김인수를 제외한 멤버 4명이 동시에 군입대에 지원하여 입대하기 전 마지막 앨범인 4집 [고물 라디오]를 발표했다.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준 타이틀곡 "고물 라디오"와 "퀵 서비스맨" 등도 적지 않은 사랑을 받았지요.

이 앨범을 끝으로 당당히 군악대에 동시 입대한 크라잉넛 멤버들은 2005년 1월 함께 전역함과 동시에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2006년 7월에 16곡이나 담긴 5집 [OK 목장의 젖소]를 발표했습니다. 레게 리듬까지 맛깔나게 담아낸 타이틀곡 "명동콜링"을 비롯해 크라잉넛 특유의 정서 그대로를 살린 "룩셈부르크"도 사랑을 받았지요. 특히 이 앨범에서 "물밑의 속삭임"은 심수봉과의 하모니를 뽑내며 심수봉의 정서와 크라잉넛의 그것이 맞닿아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영화 '좋지 아니한가'의 주제곡 "좋지 아니한가" 등을 비롯해 몇 곡의 싱글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2009년 8월에는 [불편한 파티]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타이틀곡 '착한 아이'는 발랄하고 경쾌한 멜로디와는 달리 엘리트 코스를 타기기 위해 혈안이 된 우리 사회 현실을 특유의 풍자로 풀어낸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5번 트랙의 '만취천국'이라는 곡도 참 인상적인데 공교롭게도 크라잉넛 노래들 가운데 처음으로 이 두 곡만이 청소년 유해곡 '19금'으로 판정받았다고 하네요.


착한 아이
(2009년 8월 10일 발표된 6집 '불편한 파티' 타이틀곡)


참! 요즘 '술'이 들어가는 노래들 가운데 '19금'곡들이 늘고 있어 이를 판단하는 여성가족부의 기준을 놓고 논란이 되고 있지요. 최근 발표된
2PM 정규 2집 타이틀곡 'Hands Up'도 '19금' 판정은커녕, 각 음원차트와 음악프로 차트들을 휩쓸고 있는 걸 보면 여성가족부의 판단기준이라는 것도 뮤지션과 기획사를 가려서 하는 것이거나, 아님 지들 맘대로인가 봅니다.
 
자~ 아무튼 크라잉넛의 음악들은
분명 '낙오자 정서'를 담아내고 있음에도 기분 참 꿀꿀할 때 들으면 저절로 좋아지는 맛이 있습니다. 소개한 곡들 이외에도 꼭 감상해 보시길 강추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이음(異音)
이전버튼 1 2 3 4 5 ... 128 이전버튼